본문 바로가기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죽어가는가?

by 스프라우트 2023. 3. 13.

작년 초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떠오르고 있다는 기사를 본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죽어간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벌써 저물어가는 걸까요?

stock-decline

크리에이터 이토노미 스타트업의 침체

제가 본 기사의 제목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과대 포장되었다”는 Big Technology의 Alex Kantrowiz가 작성한 글입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침체에 대한 전망은 결국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감소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경기 침체로 관련 산업 자체가 침체기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겠죠.

CE-Investment-decline
(Source : The Information Database)

작년 10월 The Inforamtion의 기사에 따르면, 22년 3분기 미국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53%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관련 회사들은 직원을 해고하고, 인플루엔서에 대한 현금 서비스와 같은 특전을 제한하거나 제품 출시를 보류하고 있습니다.

투자가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는 말이 한순간 지나가는 유행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실패했다기보다는, 크리에이터 관련 시장에 뛰어든 많은 벤처들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조정되는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VC들의 투자 감소를 유발한 요인은 벤처 기업 자신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의 침체 요인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의 실패 원인 1순위는 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 감소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자신들의 문제점도 많습니다.

스타트업들은 빠른 성장을 위해 Top Creator들에게 집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상위 1%를 제외한 나머지 크리에이터들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실을 호도했습니다.

문제는, Top Creator들만으로는 회사의 확장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중간 규모의 크리에이터들이 성공해야 스타트업들도 규모를 늘릴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Engagement가 최상위 크리에이터들에게 너무 편중되어 있는 현실입니다.

수익의 99%가 상위 1%의 크리에이터가 독점하는 상황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 규모는 장밋빛 기대와 달리 한없이 초라해집니다. 상위 1%가 억만장자이기는 하지만, 그들만을 대상으로 5%의 수수료를 빼돌리는 시도를 하는 것만으로는 시장 규모가 나오지 않습니다.

제로 금리 시대에 과도한 valuation과 스타트업들의 과대 포장은 경기 침체와 함께 스스로를 나락에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국내 대형 MCN의 구조조정

국내 상황도 만만치 않습니다. 글로벌 유동성 위기로 투자금이 말라붙으면서 작년 말 국내 1위 MCN 기업인 샌드박스 네트워크도 구조조정에 돌입했습니다.

자체 브랜드 커머스 부문을 매각하고, e스포츠 대회 운영 대행 부문은 사업 종료, 콘텐츠 글로벌 유통 및 국내 미디어 판매 사업과 출판 사업은 접고 외부 제휴나 파트너십을 통해 전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21년 매출이 1137억 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MCN 기업이지만, 영업 적자가 121억 원에 달해 신규 사업을 접고 내실을 다지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99% 크리에이터의 현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나 스포티파이 등을 시작하게 되면 바로 알게 되는 사실이 1,000명의 진정한 팬을 찾는 것은 실제로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는 유튜브 광고를 달 수 있는 최소 조건인 1,000명의 구독자를 만드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습니다.

long-tail
(creator economy long tail diagram)

22년 초에 1,000명의 True Fan 이론을 설명드리며 보여드린 그림입니다.

당시 글에 케빈 켈리의 롱테일 법칙에 대한 해석이 제가 알고 있던 상식과 달라 당황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제 와서 생각하니 케빈 켈리가 옳았습니다.

현실은 위 그림의 True Fans가 가리키는 지점을 지나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케빈 켈리의 말이 정확히 들어맞고 있습니다.

사실 진실은 조금 더 냉혹합니다. True Fan이 가리키는 지점을 지나도 생존만 가능할 뿐 생계를 이어나가기는 어렵습니다.

위의 새롭게 그린 그림의 1%의 영역의 크리에이터들의 수익이 나머지 99%의 크리에이터들의 수익을 합한 가치와 같다고 합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살아나려면 나머지 99%의 수익 창출을 도와주어야 하는데, 크리에이터 관련 기업들은 사실 이들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이들의 수익 창출이 상위 1%에 비해 훨씬 더 어려울뿐더러 효과도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유튜브 크리에이터 현황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사저널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국세청 통계에서 유튜브 상위 10%가 전체 수입의 68%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특히 상위 1%의 수입을 올리는 유튜버들은 연간 평균 수입이 1인당 6억 7000만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반면, 하위 50%의 연간 수입은 1인당 평균 108만 원입니다. 즉, 하위 50%는 한 달에 10만 원도 못 벌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플레이보드 집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구독자 1,000명 이상의 수익창출 채널이 약 10만 개로 국민 529명당 1개꼴입니다. 결국 이 중 1만 명 정도만이 유튜브 수익으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으며, 1천 명 정도가 부를 축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 의견

Kantrowitz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습니다. SparkToro라는 audience research tool을 제공하는 회사의 Ran Fishkin이라는 분은 앞선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는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The Creator Economy Is Far From Overblown)

그에 따르면,

  • ‘인플루언서 프로그램 중단’은 크리에이터 경제가 약하다는 증거가 아니며 그들에게 맞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과잉 투자를 나타내거나 단순히 아이디어에 대한 실행이 부실함을 나타낸 수치라고 합니다.
  • 또, 광고 시장은 2023년에 전혀 위축되지 않았으며, 비록 2021~22년도의 성장보다는 느리지만 여전히 성장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 경기 침체로 인한 투자 축소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기업에 대해서 뿐 아니라 전체 분야 모두가 후퇴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투자 축소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몰락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 향후 10년 동안 1,00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크리에이터 경제의 "과대광고"는 사라지는 신화라고 했지만, 2021년에 YouTube ALONE은 지난 3년 동안 크리에이터에게 300억 달러 이상을 지불했다고 말했습니다. 작년에 YouTube는 30% 이상 성장했습니다. 향후 몇 년이 지난 후에도 1,000억 달러라는 숫자가 과연 과대광고일지는 지켜볼 노릇입니다.

마무리하며…

양쪽 의견 모두 근거가 있어 보입니다.

경기 침체로 관련 스타트업들이 도산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상품 제공업체인 Spring을 포함한 5개의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이 작년에 다른 회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합니다.)

반면, 매년 크리에이터의 수는 증가하고 있고,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매체의 등장, 생성 AI 등 기술 발전에 따른 관련 산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adobe-future-creativity
(아도브 크리에이티브의 미래 보고서 중 일부)

어도비가 최신 크리에이터 경제 동향을 담은 ‘크리에이티브의 미래(Future of Creativity)’ 보고서를 보면 미래가 결코 암울하지는 않습니다.

어도비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 크리에이터 수는 3억 3천만 명에 달하며, 2020년 이후 등장한 크리에이터는 1억 6,500만 명에 이릅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지난 2년간 국내에서만 1,100만 명 이상의 신규 크리에이터가 탄생했으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향 후 2년간 43%의 크리에이터들은 창작물이나 SNS 콘텐츠를 더욱 많이 개발할 것이라고 답해 크리에이터 경제는 지속적으로 활기를 띌 전망입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도 높습니다. Z세대들은 메타버스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영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크리에이터의 68%가 메타버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크리에이터과 대중 간 직접 소통 및 판매 채널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는 기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기업들의 쇠퇴에 반해, 크리에이터 생산성 도구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약진이 기대되는 한 해입니다.

ChatGPT, 미드저니와 같은 생성 AI 기술이 대중의 큰 관심을 받으며 관련 기업들의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창작은 갑자기 등장한 트렌드가 아닙니다. 창작은 인류가 나타날 때부터 시작된 인간의 본성입니다. YouTube로 인해 대중 속에 숨어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창작 욕구가 표면 위로 등장했을 뿐입니다.

결국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본질은 창작의 보편화, 대중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창작 욕구가 시들지 않는 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