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유료 뉴스레터 시장에 대해 정리를 하다, 구독형 모델은 아니지만 웹소설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글을 정리했습니다.
웹소설 시장
웹소설은 한국과 중국에서 먼저 시장이 활성화되었고, 지금은 미국 등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2021년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고, 카카오 역시 미국 웹소설 스타트업인 레디쉬(대표 이승윤)를 인수한데 이어 우시아월드라는 남성향 판타지 플랫폼을 인수했습니다.
전자책이 보편화된 미국 시장에 부분 유료화와 소액 결제 모델, 정기구독 모델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웹소설 플랫폼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중 하나라고 생각돼 동향을 파악해 보았습니다.
국내 현황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웹소설 이용자 실태조사’에서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가 2018년 4천 억 원에서 2021년에는 약 6천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웹소설을 읽는 독자 중 약 72.4%가 유료 결제 경험이 있고, 월평균 지출 비용은 1~3만 원 미만(34.3%)이 제일 높았습니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
국내에 웹소설 플랫폼은 카카오 페이지, 네이버 시리즈, 문피아, 조아라, 노벨피아, 리디북스, 원스토리 등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 중 메이저 3대 플랫폼은 카카오, 네이버, 문피아를 들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2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회 당 결제(유료 연재) 방식 vs. 정액제(비례배분) 방식
문피아, 카카오, 네이버는 회 당 결제 방식. 조아라와 최근 런칭한 노벨피아는 정액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어느 한쪽이 더 좋은 방식이라고 확답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회당 결제 방식이 크리에이터에게 더 수익을 많이 가져다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두 수익 모델에 대해서는 음원 시장을 분석할 때 별도로 포스팅 하겠습니다.
문피아
문피아는 2002년 온라인 커뮤니티로 시작해 웹소설 사이트로 발전한 기업입니다.
창업자가 무협소설 작가(금강)다 보니 처음부터 작가들의 권익을 위하는 측면이 강했고, 현재까지도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어 남성향 웹소설 시장에서는 자유 연재처로서의 독보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 9월에 네이버가 문피아의 지분 약 56%를 1,700억 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려 사실상 국내 웹소설 시장은 카카오와 네이버 2파전이 된 느낌입니다.
문피아의 방문자 수는 약 40만 명, 등록된 작가 수는 약 4만 7천여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문피아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유료 연재 약 360개, 무료 연재 약 540개 (자유연재 제외)로 총 900여 개가 연재 중이었습니다.
유료 1위 작품인 ‘검은 머리 미국 대원수’는 총 조회수 약 1,600만 회,유료화 시작 편수인 40화의 조회수 3만 건, 465회가 넘어가는 현재도 약 8~9천의 조회수를 유지하고 있네요.
모두가 1위가 될 수는 없겠죠.
저는 1,000명의 유료 독자를 기준으로 수익을 계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웹소설 작가 수익
문피아 기준 무료작 유료 전환 비율
위에서 문피아의 작가수와 조회수를 말씀드린 이유는 작가가 수입을 올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드리기 위함입니다.
등록된 4만여 명의 작가 중 현재 문피아에 글을 올리는 겸업, 전업 작가의 수는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이 새 글을 무료로 30~40편을 쌓을 때까지 올리다가, 독자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글을 접고 다시 새로운 글을 쓰기 때문입니다.
그들만의 용어로 1페 (1페이지에 표시되는 20등까지 작품)에는 들어야 하고, 1페에 들었다고 해도 최신 구독자 수가 5천 명이 안되면 그냥 접기도 합니다.
지금이 비수기이기는 하지만 약 1만 명 구독자가 가능해보이는 글이 약 6개가 보이네요.
1만명 구독자를 커트라인으로 정한 이유는 무료 구독자 중 유료 구독까지 따라오는 비율을 10%라고 할 때 1,000명이 돈을 내고 글을 읽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유료 전환 비율은 10%보다 낮을 때가 더 많기는 하지만 편의상 10%로 가정했습니다.)
540개의 작품 중 유료화에 성공하는 글은 약 15~20개, 그중 1,000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는 글은 약 6개 정도라고 가정하면 그 경쟁률이 좀 체감되시나요?
약 1%만이 발을 디딜 수 있는 시장입니다.
현재 시점에 글을 쓰고 계신 540명의 작가 중 520명은 무료 봉사를 하고 있고, 나머지 20명 중에서도 14명 정도는 아르바이트비도 못 건지면서 글을 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구독자 1000명일 때 수익 계산
이제 수익을 계산해 보죠.
최대한 단순화한 공식이고, 작품마다 광고 여부, 연독률, 타 플랫폼 배포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으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문피아의 경우 플랫폼 수수료는 37%(결제수수료 포함)입니다. 세금 원천징수 3.3%는 별도입니다.
※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아직 시행 전이긴 하지만 구글과 애플은 웹소설, 웹툰 등 콘텐츠 구매 시에도 결제 수수료를 부과할 방침입니다. 이 경우 아래 그림의 플랫폼 수수료 37%는 훨씬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최소 41%~60%)
첫 달에 1,000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고 30일간 매일 연재했다고 가정해 보죠.
한 달간 독자 이탈이 없는 환상적인 경우라고 가정해 봤을 때, 문피아의 총매출액은 3백만 원. 이중 플랫폼 수수료 37%를 뺀 189만 원이 수입으로 들어옵니다.
매니지먼트가 없다면 다 작가에게 들어오지만 플랫폼이 작가와 직계약하는 경우는 드문 경우이므로,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다고 가정하면 나눠먹는 비율은 대부분 7:3입니다. 유명 작가의 경우 8:2, 9:1도 가능하지만 신인작가의 경우 그나마 7:3이 통상적입니다.
이제 189만 원에서 매니지먼트 수수료 30%를 제외하면 저자에게 132만 3천 원이 떨어집니다. (세금은 별도)
실제로는 유료 전환 1천 명이라고 해도 뒤에서 늦게 따라오는 독자도 있어 첫 달 수익은 약 250~300만 원 선이라고 합니다.
간신히 전업이 가능할 듯도 한데요, 문제는 연독률입니다. 유료 독자층을 끌고 가는 힘이 없을 경우 100편 정도 지나면 반도 남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100편을 쓰고 나면 독점이 풀리면서 타 플랫폼에 2차 유통이 시작됩니다.
이때 한번 수익이 뻥튀기됩니다. 그 후 지속적으로 하양 곡선을 그리게 됩니다.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죠.
웹소설은 약 40~50편이 무료로 풀립니다.
초반부터 인기 있는 소설이라면 약 25~30편을 올리고 유료화로 가기도 하지만 거의 없습니다. 1편의 최소 글자수는 약 5,500자. 25편이 모이면 책 한 권 분량입니다. 이걸 하루 안에 써서 매일 올려야 합니다. 즉, 웹소설 작가는 책 1권을 매달 쓰는 셈입니다.
유료화 들어가기 전까지 약 2달을 수입이 하나도 없이 무료로 올리고, 반응이 좋으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입니다.
1,000명 유료 독자일 때 일 년 수익
1년에 200화 한 작품을 유료화했다고 가정해 볼까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유료화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허들이 높습니다.
200화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마지막까지 50%의 유료 독자를 유지했다고 가정했을 때, 물론 실제로는 일어나기 힘든 경우지만)
문피아 플랫폼 수익 약 5백만 원
타 플랫폼 수익 약 5백만 원 (동일하게 수익이 난다고 가정)
총 1천만 원입니다.
행복한 경우를 마구 집어넣어도 1년 내내 하루 약 5,500자를 쓰고 한 달 평균 약 83만 원의 수익을 얻습니다.
물론 억대 연봉을 버는 작가님들도 생각보다 많이 계시고, 뉴스에도 나온 것처럼 수십억의 수입을 웹소설로 번 분도 몇 분 계십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작가는 유료화에 성공해도 한 달에 백만 원도 벌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적어도 웹소설 판에서는 1천 명의 팬만으로는 창작자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해결책은 있나?
문피아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가장 작가 친화적인 플랫폼입니다. 사실 웹소설 작가의 실상은 더 험악합니다. 독자 규모가 더 크긴 하지만 타 플랫폼의 실질적인 수수료는 문피아보다 훨씬 더 셉니다. (여기서 말씀드렸다가 혹시 소송이 들어올 수도 있어 적지는 않겠지만)
플랫폼의 횡포에 작가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 문피아를 제외한 나머지 플랫폼은 성공에 대한 보장도 없이 몇 개월 동안 최소한 120편 이상을 먼저 집필해야 합니다. 자신의 콘텐츠가 무료로 풀려나가도 어디 가서 항의할 수도 없습니다. 플랫폼끼리 경쟁이 치열해서 독점을 걸어 타 플랫폼으로의 유통을 막습니다.
예. 현재 웹소설 시장을 키운 대형 플랫폼들의 공로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작가들의 등골을 쥐어짜 플랫폼이 이득을 취하는 것은 맞습니다. 지금처럼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웹소설 판에 뛰어들고 있는 이상 플랫폼들이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OSMU
한 가지 기대가 되는 점은 OSMU입니다.
One Source Multi Use.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대형 사업자는 사실 매출보다는 IP 확보에 더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웹소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웹툰, 드라마에 영화까지 확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시장 역시 몇몇 인기 있는 작품에 집중이 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마무리
웹소설 시장이 커졌다는데 왜 이렇게 작가는 먹고살기 힘들까요?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사실 웹소설을 쓴다면 위에서 언급한 3대 플랫폼을 제외하고는 대안이 없습니다. 3대 플랫폼이 대부분의 독자를 끌어모으고 있어 작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방법이 보이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저희가 바라는 Creator Economy는 이런 게 아닐 텐데요.
웹소설 작가의 개인 브랜드가 높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싱숑, 산경, 디다트, 김강현, 지갑송, 나비계곡, 길드, 로유진 등 몇몇 유명 작가님들은 제외하고요.)
이미 고착화된 웹소설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찾아올까요?
다음 글에서는 남들과는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는 작가의 사례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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