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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아이디어

Microsoft 365 Copilot - 축복인가 재앙인가?

by 스프라우트 2023. 3. 19.

MS에서 지난 3월 16일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을 발표했습니다. MS는 이 AI 부조종사가 직장인을 야근에서 벗어날 수 있게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잡무에서 해방시키며, 본연의 창의성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너무나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MS 365. 과연 AI가 직장인을 고난에서 구출하는 축복이 될까요, 직장 그 자체를 잃게 만드는 재앙이 될까요?

MS-CEO
(MS CEO Satya Nadella)

The Future of Work with AI

하루 전인 17일 MS 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AI와 함께하는 업무의 미래”라는 주제로 직접 유튜브에 출연해 MS 365 Copilot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영상을 꼭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The Future of work with AI)

MS 365 코파일럿. 분명 혁신적인 아이디어 상품임은 분명합니다.

이전 같으면 코파일럿과 같은 생산성 관련 AI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말씀드렸겠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일이 본질에 관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제 직장인과 크리에이터들이 공통으로 자신의 일의 본질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해야 할 특이점에 와있기 때문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를 하는 분들은 미드저니와 같은 생성 AI의 등장에 막연히 수입이 줄어들지는 않을지 고민들이 많으실 겁니다. 이제 직장인들 역시 직장에서 자신의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대답을 해야 합니다. MS 365 Copilot을 통해 앞으로 내가 AI와 어떻게 공존해나가야 할지 힌트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미래는 AI에 적응하느냐 적응하지 못하느냐로 나뉠 것입니다. MS CEO의 영상을 보며 ‘인류의 99%는 프레카리아트(노동 계층 최하위의 임시 노동직)가 된다’는 ‘차이 나는 클라스’의 영상이 떠오릅니다.

AutoPilot to CoPilot

MS는 이번 코파일럿을 내놓으며, 인간은 꿈을 꾸고 창조하고 혁신하도록 되어 있으며, 우리 각자는 일의 목적에 맞게 핵심 업무를 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업무의 본질이 아닌 작업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요. 업무의 본질에 연결하기 위한 완전히 새로운 작업 방식이 필요하며, 차세대 AI가 가장 강력한 생산성 도구로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티아 나델라는 영상에서 과거 몇 년 간은 AI가 검색, SNS 등 디지털 라이프의 배후에서 동작하고 있었지만 사용자는 인식하지는 못하는 Auto-Pilot 세대이었다면, 다음 세대의 AI는 전면에서 인간의 모든 활동을 돕는 Co-Pilot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CoPilot과 Microsoft 365 통합

MS Copilot은 두 가지 방식으로 통합됩니다.

  • Word, Excel, PowerPoint, Outlook, Team 등 MS 365 앱에 내장
  •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채팅(Business Chat)이 모든 데이터 및 앱에서 작동

각각에 대해서는 짧게 소개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위의 영상을 한번 보는 게 훨씬 이해하기 쉬우실 거라 생각됩니다.

CoPilot 기능 몇 가지 소개

Word Copilot

Copilot-word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초안을 작성하고, 내용을 추가하고, 필요하면 전체 문서를 다시 작성해서 더 간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문서의 목적에 따라 어투까지 바꿉니다.

좋습니다. 여기까지는 이미 ChatGPT에서 경험해 봤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습니다.

PowerPoint Copilot

copilot-ppt

발표 문서의 노트나 간략한 아이디어, 내용에 대해 알려주면 스스로 내 소스를 찾아서 프레젠테이션 문서를 만듭니다. 자연어로 레이아웃 조정에서 애니메이션 추가까지 순식간에 해냅니다. 회사의 발표 장표 스타일을 학습시키면 그 회사 사람이 만든 것처럼 만들어냅니다.

이건 직접 보셔야 합니다. 파워포인트 문서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제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에 잠시 현타가 왔습니다. (참고로 회사에서 제 업무의 90%가 PPT 작성입니다. 나머지 10%는 엑셀 작업이고요.)

Excel Copilot

copilot-excel

테이블 정리, 추세 파악, 시각화 등이 그냥 자연어로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엑셀 명령어를 익히느라 고생한 시간이 아까울 따름입니다. 이제 엑셀 명령어가 아니라 프롬프트를 어떻게 넣어야 할지를 고민할 때입니다.

Outlook Copilot

copilot-email

지난주에 놓친 이메일이 있으세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Copilot에 요청하면 이메일을 요약해서 알려줍니다. 감사 레터 작성이 어려워도 문제없습니다. 응답 초안도 작성해 줍니다.

Teams Copilot

ms-teams-copilot

회의 중에 딴짓을 해도 Copilot이 놓친 내용을 요약해 주고, 논점을 짚어줍니다. 토론 중에 결정이 쉽도록 주제에 대한 장단점 표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Business Chat

copilot-chat

예를 들어, 비즈니스 채팅에서는 어제 고객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서 요약해 줍니다. Copilot이 내 문서, 프레젠테이션, 이메일, 캘린더, 노트, 연락처 등 모든 앱과 데이터를 이용해, 채팅을 요약해 주거나 이메일을 대신 작성해 주고, 일정을 정리하는 등 내가 말로 요청하는 다양한 작업을 대신해 줍니다.

Copilot Loop

copilot-loop

새롭게 출시되는 Loop는 3월 22일에 공개 프리뷰 예정이라고 합니다. 데모에서는 Business Chat에서 엑셀의 데이터를 읽고 SWOT 분석을 해줍니다.


Copilot을 잘 쓰려면 기본적으로 동료들과의 협업을 잘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나와 내 동료들의 문서와 대화, 이메일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보안 문제는 없겠죠? 내 PC에 개인 문서는 넣지 말아야겠습니다.)

Copilot 데모를 보면서, AI가 PPT를 만들어 주는 장면에서는 놀라긴 했지만 ‘업무 노가다는 줄여주겠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AI가 문서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위협을 느꼈습니다. One Page Report 같은 문서 요약은 사실 노가다가 아니거든요. 리포트 주제의 맥락을 꿰뚫고 핵심을 알아야 짧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걸 AI가 나보다 더 잘한다는 말은 AI가 내 일을 나보다 더 잘 안다는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마무리

MS Copilot은 직원이 오랜 기간 익혀왔던 업무 스킬 - 논리적인 글 작성(워드), 보기 좋고 가독성 높은 프레젠테이션(PPT), 피봇, 빠른 숫자 작업, 데이터 분석 능력(엑셀) - 을 한순간 의미 없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경력 10년 차 직원과 이제 경력 1년이 된 신입의 문서 처리 능력에 큰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MS Copilot의 Business Chat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리더로서 팀을 끌고 나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MS 역시 이를 모르지 않는지 제품을 발표하며 하나같이 이제 업무 본연의 핵심에만 집중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때라고 포장을 합니다. (제 생각엔, 창의력도 조만간 AI가 인간을 넘어설 것 같은데요…) 한편으로 생산성의 획기적인 향상에 대해 강조하는데, MS의 의도대로 생산성이 향상된다면 사장님은 직원을 반 이상 줄일 것 같네요.

혁신적인 기술은 시장에 선보이면 항상 강한 저항에 부딪히게 됩니다. 기술의 선함과 악함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질서의 파괴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항에 밀려 기술이 발전하기를 멈춘 사례는 지금껏 없었습니다. 오늘 MS Copilot이 나왔지만 이제 곧 비슷하거나 더 발전된 앱과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올게 뻔합니다.

MS Copilot이 평생 자신이 해온 업무의 대다수를 빼앗아갈 수 있다고 한탄만 하고 있는 것은 자신에게 하등의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내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직장인으로서 혹은 크리에이터로서 내 가치가 무엇인고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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